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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2.18 프란츠 카프카 - 변신
미션/독서2014. 2. 18. 00:09

읽으면서 이렇게 불편한 느낌이 들었단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이후로 두번째다.



내 생각에 책은 읽는 사람을 꽉 깨물고 콕콕 찔러 대는 것만 읽어야 할 것 같아.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는 거지..?

자네가 편지에 쓴 것처럼 우리가 행복하려고 읽는걸까..?
맙소사, 설령 책이 한권도 없다 해도 우리는 역시나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또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책은 필요할 경우. 우리가 손수 쓸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책이 필요한거야.

우리를 몹시 고통스럽게 하는 불행같고, 
우리 자신보다도 더 끔찍이 사랑했던 그 어떤 사람의 죽음 같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뚝 떨어져 숲 속으로 추방된 것 같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책이 필요하지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 버린 바다를 깨뜨려 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되는 거야.


프란츠 카프카가 친구 오스카르 폴라크에게 보내는 편지 中


위 글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박웅현씨의 '책은 도끼다' 서문에 나오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비단 책 뿐이랴,

모든 문학과 그림과, 음악을 아우르는 모든 예술은 '도끼' 이어야만 한다.


끔찍하고 불편한 것들을 의식적으로 바라보려면 도끼로 벽을 때려부셔야만 한다. 

혹시 우리가 다음 날 벌레가 되어 일어난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인데, 우리를 개념짓는 모든 것들은 우리를 우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끔찍하지만, 우리는 우리를 직시해야한다.

그런 끔찍한 현실을 마주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실을 볼 수 있다.

불편함을 무릅써야만 하겠다.


변신 중에서 가장 처연했던 부분이다.

주인공은, 벌레에 몸에 나날이 적응하여 천장에서 더욱 큰 안락을 느끼지만

가족들은 그런 벌레(가족의 일원)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왜 나를 나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주지 않는걸까?

가족조차도 말이다.



참 불편한 소설! 

카프카스러운, 진실로 불편한 좋은 작품이었다.

Posted by 아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