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준비/문학2013. 8. 18. 17:38

원태연 시인은 참 일상적인 말로 예쁜 시를 쓰시는데 기가막힌 재주가 있는 것 같아요.

이별 후의 쓸쓸함을 동전지갑에서 다시 발견하게 되는 건데...

'나 슬퍼' 하며 펑펑 우는 것보다, 

일상에서 이별을 재발견하게 되며서 느껴지는 슬픔이 더욱 간절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별의 시간을 잘 견뎌내야 할 것 같습니다. 


시집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에 실려있는 시 동전 지갑입니다.



허구한 날 몇 백원씩 흘리고 다니던 나였지
"어! 내 돈"하면
굉장히 속상한 표정으로
"난 몰라 바보같아"
수북한 주머니를 보면
"동전으로 계산을 하던지
동전 지갑을 사던지 해!"
챙겨주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기분 좋아
다음 만날 때부터는
나도 불편할 정도로 하나 가득 넣고 다녔지
"비기 싫어! 당장 동전 지갑 안사주나 봐라"

"요즘도 나는"
동전을 수북히 넣고 다니지
묵직한 동전을 만지작 거리면
금방이라도 달려와서
"자! 동전지갑" 할 것 같거든
요즘도 간간히 흘리고 다니지만
잃어버렸다고 속상해 해주는 네가 없어
잃어버릴 맛도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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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누이